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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것을 부르는 걸까 혹은 그것이 나를 찾아오는 걸까...
나는 가끔 내가 궁금해하고 또 갈등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발견하곤 한다. 그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나에게 찾아 오는데 놀라운 우연에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 종교와 절대자에 대한 궁금증은 내 주된 생각거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인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란 내가 유일한 집안의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자가 된 것은 내 의지였는데,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종교와 신앙은 나에게 평생동안 생각해야 할 그 무언가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데미안'을 접하게 되었고, 또 비슷한 시기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읽게 된다.
이 두 책을 잇는 하나의 단어- 아프락사스.이 단어를 통해 나는 초월적인 신에 대한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촛불집회와 대의민주주의 그리고 좌파와 우파 등에 대한 이념과 정치와 사회현상에 대해 고민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꾸준히 참여했던 촛불집회는 내 삶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엎는 큰 사건이었다. 아마 향후 대한민국의 정치풍토를 바꾸는 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참여와 시민들의 자기목소리 내기라는 너무나도 정당하고 올바른 국민들의 진일보한 모습 속에서
나는 그야말로 '희망의 촛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나는 오늘 2년전 사두었던 책에서 또 한번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다.

'열정의 철학-7인의 여성 철학자' , 잉게보르크 글라이히하우프 지음/ 출판사 달리

나는 7인의 여성 철학자 중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에게서 큰 가르침을 받았다.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을 핍박했던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사회적 격변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행동으로 옮겼다. 생동적인 철학자로서의 그녀의 면모는 나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사유 자체는 정치와 연관이 없다. 하지만 사유의 결과는 정치적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유, 즉 한사람이 두 사람이 되어 행하는 무언의 대화는 우리의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대로 실현시킨다. 그 결과 양심이라는 부산물이 생겨난다. 인간의 자유롭게 만드는 사유의 결과로 나타나는 판단력은 나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 너무 바빠서 생각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현실 세계에서 사유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
- 책 132 페이지 인용.

그녀가 나치를 피해 망명한 미국에서도 돌발적인 정치적 사건들이 일어났다.
바로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반공활동 등이 그것이다. 매카시는 공산주의자들과 함께 일했을 거라고 의심되는 정부 공무원과 지식인들을 대대적으로 축출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한나 아렌트는 자기가 이제 정치의 일상을 감시하는 일에서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했다. 독일에서 자행된 만행들도 결국은 국민들의 관심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아렌트는 '절대 눈을 떼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했다.
철학과 정치는 병행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철학자라고 상아탑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올바른 판단과 책임감 있는 행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다시금 충전하자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일상 속에서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 책 인용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이라는 책에서 그녀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대중은 판단력과 인간이 지녀야 할 건강한 이성을 모두 상실한 채 살아간다. 모든 것이 획일화돠고 개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과연 여기에서 타협해야 할까, 아니면 뭔가 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 걸까?'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원칙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녀가 인간의 행위 능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여기서도 분명해진다. 행위란 시작한다는 것이며, 즉흥적인 시작 위에 무엇인가를 다시 세울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바로 이 '즉흥성의 원칙'을 자신이 추구하는 실용 철학의 근간으로 삼았고, 이것을 스스로는 '행위 이론'이라고 불렀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나 생각과는 무관하게 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은 즉흥성의 가장 원초적인 예이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탄생이야말로 인간을 즉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 주는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렌트는 이러한 생각을 정치와 연관시켰다. 정치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떤 조직에 끝까지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즉흥적인 행동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책 인용

이 책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삶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그랬던 것 처럼, 내가 간절히 고민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되었다.

사유하지 않고 행동하는 '악의 진부함'에 대해 그녀가 논했던 것 처럼
사유를 통한 행동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Posted by 루 살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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